[인터뷰]“해외 교량 수주 위해 국내 실적 반드시 필요”
[인터뷰]“해외 교량 수주 위해 국내 실적 반드시 필요”
  • 이헌규 기자
  • 승인 2011.03.2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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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론적 검증과 실물 실험으로 핵심기술 확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선임연구위원의 다짐은 결국 이뤄졌다. 아니 정확히 ‘이뤄냈다’.

김병석이란 이름 석자에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연구위원이다.

그가 세계 최고이자 최초로 초고성능 콘크리트 사장교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보도교가 세계 최초로 초고성능 콘크리트 사장교로 건설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까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 기술을 개발하자는데는 모두가 공감했어요.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예산 확보였죠.”

그랬다. 첫 출발은 연구원의 자금으로 연구를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었지만 연구과정이 진행될수록 턱 없이 부족한 연구비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지속된 연구를 위해서는 정부출연금의 추가 확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정부출연금을 추가로 확보하기까지 과학기술부 내의 검증작업,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기획예산처 심의, 국회 전문위원회 검토 등 많은 평가와 검증과정을 거쳤다”며 회상했다.

하지만 그에게 또 한번의 시련이 닥쳤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활용하는 사장교의 구조형상을 개발하고, 강·콘크리트 합성 사장교인 서해대교와 비교설계를 통한 경제성을 분석하는 내용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비교설계 당시 결과로는 콘크리트 강도의 목표인 200MPa(메가파스칼)가 아닌 120MPa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죠. 공사비가 비슷한 수준이더라도 유지관리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하지만 그 결과는 사업추진의 목표인 공사비 20% 절감과는 상대적으로 멀었고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그를 비롯한 연구진 모두가 느꼈다.

그래서 오랜 고민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상을 고안하고, 마침내 서해대교보다 상부구조 공사비는 25%, 무게는 22%를 줄이는 ‘세계 최고이자 최초의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또 200~800m에 대한 구조형식의 추가 개발과 비교설계한 결과에서도 기존 공법보다 20% 정도의 경제성이 뛰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초기에는 품질확보나 구조기술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론적 검증과 실물 실험들을 통해 장대교량에 대한 설계·시공이 가능한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첨단 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 장대교량 시장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해외시장은 입찰사전자격심사(PQ)에서 통과되면 가격경쟁력이 수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시공 기술이 아닌 엔지니어링과 시공이 결합한 첨단 복합기술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개발은 향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수주견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에는 이미 도로교, 철도교, 고층건물에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건설한 사례가 있는 등 초고성능 콘크리트의 재료적 안전성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프랑스나 일본 독일 같은 교량기술 선진국들도 사장교 연구개발을 추진하면 바로 추격해오기 때문에 레드오션이 되기 전에 먼저 개발한 우리가 수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해외 장대교량 시장은 현재 150조원 수준으로 10%만 수주해도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수주실적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미 연구원의 본관과 신관을 잇는 보도교가 세계 최초로 건설돼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작은 꿈이 있다. 남북한을 가르고 있는 폭 4㎞의 비무장지대(DMZ)를 연결하는 교량을 ‘슈퍼브릿지’로 건설하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DMZ가 역사적 상징성도 있지만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 지역을 우리나라가 확보한 세계 최고이자 최초의 기술인 사장교로 건설할 경우 향후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R&D) 연구진이나 국민들에게 자부심 고취는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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