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이 보증기관간 출혈경쟁 불러온다”
“시장개방이 보증기관간 출혈경쟁 불러온다”
  • 이헌규 기자
  • 승인 2011.02.07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철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손보사 진입으로 계열기업 보증수요 독식
-공제조합도 손보사처럼 동등한 사업범위 확대 필요

 
정부가 추진중인 ‘건설산업규제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건설보증시장 개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손해보험사 등에 대한 건설보증시장 진입을 허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증기관의 경쟁력을 유도, 덤핑입찰 및 부실시공 방지를 기한다는 설명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이런 내용으로 공청회를 가졌으며, 연구용역 수행 및 과제별 로드맵 수립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 개방 로드맵‘을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으로 사실상 건설보증시장이 개방될 전망이다.

최영철(사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본지 창간2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건설보증시장 개방과 관련, “보증시장 개방이 현실화될 경우 보증기관간 출혈경쟁으로 건설보증시장 붕괴가 우려된다”며 “결국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보증기능 강화를 통한 덤핑입찰 및 부실시공 방지 등의 당위성은 매우 미약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이사장은 “정부는 시장원리에 의한 단순논리보단 현재 보증시장의 구조와 특성, 건설보증이 가지는 특수성, 사회적 경제적 역할 등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토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보증시장 개방이 건설보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건설보증시장 개방이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의 의도는 보증시장에 손보사 등의 진입을 허용해 경쟁력 유도로 보증기관이 심사를 통해 적정한 시공회사를 선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식 슈어티본드시스템을 모델로 한 것인데, 이 시스템도 사실상 개별공사에 대한 직접적인 덤핑방지 기능은 없고 보증한도 변동을 통한 간접적인 기능만 갖추고 있다.

일례로 EU집행위원회 산하 덤핑관련 실무위원회도 지난 2001년 슈어티본드시스템이 저가입찰을 방지하는지 여부와 유럽시장에서의 수용방안을 검토했지만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손보사의 보증시장 진입이 현실화 될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뒤따른다.

현재 조합원(일반건설업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공제조합의 보증수수료는 영리목적의 일반보증회사의 50%에 불과하다. 만약 손보사가 건설공제조합 보증수수료 수준 이하로 낮출 경우 과당·출혈경쟁이 벌어져 건설보증시장 붕괴가 심각히 우려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90년대 초반 손해율이 30%대로 낮게 유지되자 손보사들이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춰 외형위주의 정책을 펴는 바람에 과당경쟁이 촉발됐다.

결국, 2000년도를 기점으로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90년도 기준 상위 10개사 중 7개사가 파산 후 인수되거나 보증사업의 철수를 겪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한국보증보험의 사례 등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손해보험시장의 1%에 불과한 건설보증시장은 공제조합 3개사와 서울보증보험, 신용보증기금 등 3파전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손보사가 건설보증시장에 진입할 경우 건설사가 조합원인 건설공제조합에서 손보사로 대규모 회원탈퇴 및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손해보험사의 71% 이상은 재벌(건설사) 계열 대형 손보사가 과점하고 있다. 만일 보증시장이 개방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대형 우량조합원들이 이탈할 것이며, 공동도급업체 등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업체들의 연쇄적인 이동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결국 건설공제조합의 부실위험이 높다는 말이네요.
▶그렇다. 재벌 계열사인 손보사의 진입으로 계열기업의 보증수요 독식은 물론 상위 대기업에 대한 경쟁적 보증인수가 진행돼 조합의 부실위험은 급격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조합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보증수수료 수입실적 중 시공능력 상위 50위 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7.5%를 상회하는데, 우량대기업이 대거 이탈할 경우 조합은 상당한 수익기반을 잃게 된다. 또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만을 주 보증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어 급격히 부실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는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보증수수료 인상과 보증한도 축소 등으로 이어져 경영난을 가중시켜 건설산업의 양극화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보증시장이 개방될 경우 보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처럼 조합도 손보사의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사업범위가 개선될 수 있는지, 또 개선된다면 어떤 사항들이 선행되야 하는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조합은 막대한 자기자본과 탁월한 재무건전성으로 지난 40여년간 축적된 건설보증 운용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민영보험사가 부실화돼 공적자금을 투입한 끝에 계약이전 7개사, 매각 5개사, 합병 1개사로 구조조정되는 동안 조합은 무난히 신용방어에 성공했다. 따라서 현재 손보사의 금융상품을 조합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한 능력과 영업기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조합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건설공사보험은 기존 사업기반을 활용, 지금이라도 손보사보다 훨씬 저렴한 공제료(보험료)로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선 공제조합도 일반손해보험종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또 조합의 사업범위를 기존 열거주의 방식에서 법에서는 기본적인 사업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여타 사업은 정관으로 위임·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특히 현재 보증보험사나 신용보증기금 등 법인세법 상의 금융기관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대손충당금 손금인정 대상에 조합도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대한주택보증이나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소프트웨어공제조합 등 유사기관들은 대상에 포함돼 있으나, 유독 건설관련 공제조합만 빠져있다. 이는 공평과세 원칙에도 위배되는 일로 개선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