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보단 처벌'을 중시한 중대재해법
'예방보단 처벌'을 중시한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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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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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3쪽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내놨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기업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120쪽짜리 가이드북을 내놨지만 ‘모호성과 과잉 처벌, 현장 실정과의 괴리’ 등의 문제가 대두됐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 대표 등을 1년 이상 징역형(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 처벌법이다. 이 해설서에는 ‘처벌 대상은 사업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라며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보건 담당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해설서를 면밀히 따져보면 최고경영자(CEO) 이외에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가 있다면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없다. 처벌대상이 모호한 것이다. 안전사고 방지 예산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만큼 필요한 예산’이라고 애매하게 적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적 분쟁 소지가 다분하다.

사망사고의 노출이 가장 큰 건설업의 경우 중대재해법의 폐단을 고스란히 받을 곳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30일~10월31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 현장과 근로자 50인 미만의 제조업 등 2665개소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33%에 해당하는 882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10곳 중 3곳인 셈이다. 특히 건설업은 2049개소 중 619개소(30%), 제조업은 616개소 중 263개소(43%)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대비 사법조치 비율에서도 보면 건설업이 77%(619개소 중 478개소)로, 제조업(51%, 263개소 중 133개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건설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한다해도 타 업종보다 사망사고 발생율이 높은 건설업에선 이번 해설서는 ‘독약을 든 성배를 고스란히 마시는 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가 ‘처벌보다 예방’이라고는 하나, 모호한 규정을 들이대며 따라야 한다고 하면 쓰러져가는 곳은 기업이고, 휘청대는 기업으로 국가의 경제가 흔들릴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하지만 유연하고 탄력적인 법 적용이야말로 기업과 국가, 근로자 등 모두에게 박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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