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안전 스크럼'에 고립된 기업들
당정의 '안전 스크럼'에 고립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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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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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재해법)'이 통과됐다. 이는 2006년 영국 기업살인법의 국내 소개, 2017년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중대재해법 최초 발의 등 십수 년여에 걸친 법 제정 운동의 성과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정의당)발의 후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고작 210여일이며, 노 의원이 발의한 때부터는 1360여일만이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 공청회는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다. 기업과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임을 감안하면 지나친 졸속 법안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듯 하다. 이미 적시돼 있는 법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법을 만드는 제정법인데 깊은 숙고와 치열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대로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시행된다면 실질적인 예방 효과 없이 잠재적인 범죄자만 양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관련 소송 또한 폭증이 우려된다.

중대재해법안 내용 중 시공능력평가 200위 이내 건설사에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으며, 하도급 업체의 안전보건관리 비용 및 기간까지 원사업자에 부담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는 건설현장 여건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도 본사 관리를 비롯해 건설현장 중심으로 안전관리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데, 여기에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까지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정은 광주 붕괴 참사 같은 대형사고의 재현을 우려해 ‘안전 스크럼’을 짜고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시 영업정지 대신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도 (더불어민주당)발의됐다. 이는 기업의 도산 또는 폐업까지도 가능한 법안이다. 지난 10년 간 건설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평균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관련 업종 매출액의 3% 규모의 과징금은 영업이익을 모두 과징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도입 취지에는 일단 공감한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산업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편향된 내용과 허울만 판치고 있는 현실의 제도 개선은 무시한 채 범법자와 피해자만 양산하는 법안. 건설사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의무만 강요하며 무거운 짐만 지우고 있다. 그동안 민낯을 드러낸 ‘안전관리’. 당정은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강제적인 법안이 최선이 아님을 보여줄 때이며, 기업들 역시 낡은 의식에서 벗어나 노동자와 공생(共生)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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