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알맹이’ 빠진 화재안전대책…대형참사 ‘불 보듯’
[초점] ‘알맹이’ 빠진 화재안전대책…대형참사 ‘불 보듯’
  • 이헌규 기자
  • 승인 2021.04.1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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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건축법 개정안’ 지난해 정부 대책 발표와 달라
내부단열재 규제·성능기준·전담감리제도 등 제외
▲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천 물류창고 화재

 

(건설타임즈) 이헌규 기자=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 화재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6월 국무총리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무조정실, 법무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화재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이천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지속된 화재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같은 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샌드위치 패널 심재와 건축물에 사용되는 단열재 준불연 성능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건축물의 외부마감재료와 복합자재(샌드위치패널)에 대해 화재 안전성을 평가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올해 3월 4일 입법·행정예고 했고 12월 23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이번에 입법 예고된 건축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외벽 실대형성능시험의 도입, 샌드위치 패널 심재의 준불연 성능 강화 등의 대책은 기존보다 진일보된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나, 빈번히 발생되는 건설현장 화재안전사고 대책과 오영환 의원 발의 법안에서 제기한 내부 단열재에 대한 성능 규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화재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감공사’시 사고율 가장 높아

국토부가 발표한 2008~2019년까지 ‘건설현장 화재사망사고’에 따르면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총 109건의 화재사고가 발생됐으며 이중 사망은 182명, 부상은 1730명이었다.

현장별로는 물류·냉동창고(41명)가 전체의 22.5%를 차지해 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공장(39명) 21.4% ▲주거상가(26명) 14.4%로 뒤를 이었다.

작업공정별로는 97명의 사상자를 낸 마감공사 과정이 전체의 53.3%를 차지해 가장 높았으며 ▲구조물공사(34명) 18.8% ▲토공사(32명) 17.6%) ▲기타 부대공사(19명) 10.4% 순이었다.

작업종류별로는 용접·용단작업(41명) 과정에서 전체의 22.5%를 차지해 사고율이 가장 높았으며 ▲단열작업(40명) 22.0% ▲방수작업(15명) 8.2% ▲절단작업(13명) 7.1%였다. 점화원별로는 전체의 28.0%를 차지한 용접·용단작업(51명)시에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번한 화재사고 발생요인은 가연성 건축자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수시로 급변하는 건설현장의 작업공정으로 관리·감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샌드위치 패널 성능기준 강화

이 때문에 국토부는 화재발생시 대형 인명사고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입법·행정예고 된 ‘화재안전대책’이 “건설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샌드위치 패널도 구조체 변형, 붕괴 및 화재 연소·확산성능 등을 평가하는 ‘실대형 성능시험’을 받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마감재료는 소규모 샘플 시험을 통해 난연 성능만 평가해왔다.

또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도 준불연 성능 이상을 확보하도록 했다. 특히 국토부는 샌드위치 패널 심재의 경우 오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그라스울 등 무기질 심재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단열 성능이 뛰어나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왔던 우레탄 등 유기물 심재 샌드위치 패널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세한 300여개 샌드위치 패널 업체들은 연말 시행예정인 ‘건축법 개정안’에 맞춰 무기물 심재로 교체하기 위한 생산설비 라인을 구축해야 돼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전에도 그동안 지적돼 온 샌드위치 패널의 문제점을 자정노력 없이 그대로 사업을 영위해 온 업체들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재 대피 ‘골든타임’ 확보 필요

화재는 ​발화 후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소방대원의 진입이 어렵고, 자욱하게 발생하는 유독가스에 의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인명사고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발생됐던 이천 물류창고, 김포 장기동 주상복합건물(2016년), 일산 고양 버스터미널(2014년) 등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가연성 내부 단열재로 인명사고 발생이 커진 사례다.

하지만 이번 입법·행정예고 된 화재안전대책은 건축물 외부에 사용되는 마감재료(단열재 포함)와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 등에 대한 성능기준만 강화했을 뿐 공장, 창고 등 내부 단열재에 대한 기준은 제외돼 대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화재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문, 스프링클러 등 설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고, 가연성 자재가 노출돼 있어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다”며 “화재발생 시 최소한의 대피시간 확보를 위해 단열재의 난연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재안전대책’ 다시 퇴보하나

▲지난해 6월 18일 정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보도자료. 공장, 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내부 단열재에 대한 기준을 신설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지난 3월 입법예고한 ‘건축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지난해 6월 18일 정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보도자료. 공장, 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내부 단열재에 대한 기준을 신설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지난 3월 입법예고한 ‘건축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화재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일자, 국토부는 건축물 마감재 및 등에 대한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한 ‘건축법 개정안’을 지난 3월 입법예고 했다.

하지만 당초 2020년 6월 18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했던 ‘화재안전대책’ 보도자료에는 ‘내부 단열재 규제 및 성능기준’, ‘전담감리제도’ 등 주요 내용이 거론됐으나, 정작 올해 3월 입법예고한 ’건축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 이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국토부의 ‘화재안전대책’에 따르면 샌드위치 패널 준불연 이상 성능 확보, 우레탄폼 등 내단열재 및 창호에 대한 화재안전기준 신설, 화재안전 품질인정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 단열재 및 창호에 대한 화재안전 기준’에 대해 공장·창고 등은 내단열재에 대해서도 난연성능을 확보토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난연성능 미만 단열재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냉장창고, 우레탄 뿜칠)에는 건축심의를 받도록 하고, 전담감리를 배치토록 한 내용이다. 

더군다나 오영환 의원이 2020년 6월 18일 정부 합동발표에 앞서 2020년 6월 17일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진 가운데 올해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바 있다.

특히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화재안전대책’ 완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문제가 터질 때 시행령이 바뀌었는데 두 번이나 좀 완화되며 원 위치로 다시 (돌아)갔다”며 “국토위원회에서 기록을 남겨 시행령이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3월 대형화재사고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이 같은 사항을 제외시킨 채 입법예고 한 것이다. 결국 국토부의 안일한 입법예고로 국회에서 조차 우려했던 화재안전대책 완화 지적마저 무색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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