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아니길 바란다
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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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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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한 뒤 이의 신청을 받은 결과,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보다 평균 19% 이상 넘게 올라 부담해야 할 세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의 지표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오는 29일 공시가격을 결정해 공시하며,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기초자료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공개한 공시가격안의 산정 기준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같은 층, 같은 면적인 두 가구의 공시가격이 달라 한 집만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제주도의 한 아파트 경우도 같은 동이지만 한 라인만 공시가격이 올라가고 다른 라인은 떨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시가격에 대한 자체 검증 결과, 정부 발표가 잘못됐다고 발표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 공동주택 7채 중 1채가 오류”라며 “공시가격이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조 서초구청장 역시 “공시가격이 시세의 100%를 웃돈 사례가 전체의 3%, 90%를 넘긴 사례도 5%에 달했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이 총체적 오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같은 아파트라도 면적이나 층, 향, 실거래가 추이 등에 따라 공시가격 변동률이 다를 수 있다”며 “공시가격은 전년 말 기준의 적정 시세를 토대로 산정하지, 특정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합리적이고 일관된 잣대 없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근거로 종합부동산세를 물리고, 상당수 1주택자에게는 보유세를 50% 이상 더 부과하겠다고 하니 이것이 증세 아니고 무엇인가. 더군다나 정부가 불합리한 세율과 기준으로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합법이란 명목으로 빼가고 있는 것도 기막힌 노릇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 시대에서 환관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가져와 말이라고 우겨도 다른 대신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을 일컷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이란 사자성어는 정부의 반박 행태와 매우 흡사하다. 결국 정부가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합법’을 가장한 채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을 공시가격안 산정 근거가 현대판 ‘지록위마’가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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