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기술형입찰', 백조될까?
미운오리새끼 '기술형입찰', 백조될까?
  • 건설타임즈
  • 승인 2019.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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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술형입찰 시장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기술형입찰이란 신기술·신공법이 요구되는 공사 또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 공사 등에 기술능력개발을 통해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공공공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설계·시공 일괄입찰인 '턴키', '대안·기술제안' 등 기술경쟁을 유도하는 입찰방식이다. 특히 기술형입찰은 가격평가보다 설계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다.

하지만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은 건설업계를 고사(枯死) 시키자는 것인지, 입찰제도를 후진국 수준으로 퇴보시키자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조달청이 최근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공사',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조성공사' 등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 3건에 대한 입찰공고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요청으로 진행된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의 경우 실시설계 기술제안 공사로 발주하면서 '설계 80%, 가격 20%'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 2017년 1월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해 품질 경쟁을 촉진해 기술형입찰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자, 설계점수 가중치를 최대 90%까지 부여가 가능하도록 한 첫 프로젝트였기에 그 의미가 매우 컷다.

하지만 감사원은 "저가 투찰 업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 낸 업체를 선정한 것은 '예산낭비'이며, '잘못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술형입찰 제도의 당초 취지와 상반되는 논리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실시설계 기술제안의 도입취지를 고려할 때 기존 설계안보다 높은 품질의 시설물을 만들어 내고, 공사금액과 관급금액을 포함한 총예산 안의 범위에서 투찰이 이뤄진 경우 규정에도 없는 예가 초과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말아야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예산을 감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20여년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변함없는 '제값받고, 제값주고, 제대로 시공하자'는 건설업계의 울부짖음은 언제쯤 받아들여질 것인가.

정부는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분양시장을 '옥죄고' 있고, 공공건설시장에서 보탬은 못될지언정 그나마 남은 '먹거리'마저 뺏고 있는 등 건설업계가 '이중고(二重苦)'를 앓고 있는 현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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