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외풍(外風)’ 이겨내야 하는 예타
정치적 ‘외풍(外風)’ 이겨내야 하는 예타
  • 건설타임즈
  • 승인 2019.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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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문턱을 크게 낮추는 ‘예타제도 개편 방안’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타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무분별한 SOC 투자에 대해 검증을 통해 재정(국민 세금) 부실화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내년 총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개편안은 토건사업 추진을 위한 부실 개악(改惡)”이라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사업 통과 가능성을 높여 기대감을 갖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어떤 제도든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예타 개편안은 안타깝게도 예타제도의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개편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지방)으로 이원화해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 세가지 평가항목과 가중치로 평가한다. 이 중 정책성 평가 비중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사회적 가치 항목으로 반영하기로 한 일자리, 주민 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전성 평가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것인지 숙제로 남아있다.

비용편익을 따지는 경제성에 있어서도 지방의 경우 그동안 탈락됐던 프로젝트에 이번 개편안에 따라 가점이 커져서 사업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책성(가중치 30~40%)과 경제성(60~70%)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예타의 독립성과 객관성 문제도 거론된다. 현재는 KDI에서 경제성 분석과 종합평가를 모두 수행해 예타 통과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KDI는 경제성 분석만 맡고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하게 된다.

정부는 외부 전문가 등을 많이 포함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2의 최저임금위원회 꼴이 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예타 종합평가를 정부부처에 설치될 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됨에 따라 정치권 등의 '외풍(外風)'이 개입될 소지가 커졌다는 의미다.

현 정부가 슈퍼예산, 추가경정예산, 예타면제, 예타개편 등 굵직한 정책 발표와 예산을 집행하는 가운데 과연 국민의 혈세는 낭비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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