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급등에 건설사 재무건전성 '휘청'
채권금리 급등에 건설사 재무건전성 '휘청'
  • 박상민 기자
  • 승인 2023.03.13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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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금융기관 대출액 67.8兆로 '사상 최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증가세 多

(건설타임즈) 박상민 기자= 지난해 건설사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액 증가폭이 역대 가장 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에서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향후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취급기관 건설업 대출잔액은 67조8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조865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69조6413억원) 후 가장 큰 규모이며, 증가폭으로만 보면 ‘사상 최대’다.

작년 건설사의 금융기관 대출액이 늘어난 주된 요인은 직접발행 시장(회사채)의 위축이다.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해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작년 10월 기준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회사채(AA-) 스프레드는 114bp(1bp=0.01%포인트)로 벌어져 2009년 9월 이후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A등급 회사채도 전멸됐다"면서 "대형사도 회사채 발행을 못했기 때문에, 중소ㆍ중견사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는 은행과 크레디트라인이 연결돼 있어 한도 내에서는 융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도 은행대출이 가능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이 가능했다.

건설사의 금융기관 차입은 수년 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건설사의 금융기관 대출액 증가폭은 3조475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증가폭이 4조6581억원, 7조6538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은행보다 비은행의 대출액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는 점이다. 은행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건설사들이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빌리는 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건설사의 비은행 차입 증가율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5.6%와 27.2%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은행 차입은 10.8%와 21%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하는 듯했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기준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채권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은행 기관에서 빌리는 차입이 늘어날수록 건설사 간 건전성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의 비은행 차입이 확대될 경우 건설사의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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