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 사고대책'은 국토부의 직무유기다
'화재안전 사고대책'은 국토부의 직무유기다
  • 건설타임즈
  • 승인 2020.06.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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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2016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범정부 화재대책'이 발표된 바 있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 4월 일어난 이천 화재사고를 계기로 시공 중인 건설현장의 화재를 막는 데 집중했다.

계획 단계부터 건설공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공사 모두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발주자가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도록 지시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안전관리가 불량한 건설업체는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형 화재가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지적됐던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600㎡ 이상 창고, 1000㎡ 이상 공장에만 적용했던 마감재 화재안전 기준을 모든 공장·창고으로 확대하고, 화재안전 기준이 아예 없던 우레탄폼 등 내단열재에도 난연 성능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1999년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의집 화재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그리고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된 2018년 밀양 세종병원 등에서 샌드위치 패널 문제를 비롯 내화도료 등 다양한 화재안전과 관련한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도돌이표’다. 하물며 2018년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 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정부의 안전 강화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후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안전 관련 부처 인력과 민간 자문위원 등이 참가한 '화재안전 특별TF'가 공식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화재안전 사고 발생을 보면 ‘특별TF’는 ‘빛좋은 개살구’였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주무부처 담당자들이 빈번히 바뀌다보니 대책은 늘 제자리 걸음인 것이다.

화재안전 사고에서 핵심 사항인 가연성 건축자재에 대한 시험성능 기준에 대한 부분은 이번 대책에선 빠졌다. 창고와 공장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가연성 마감재의 성능을 난연성으로 한다는 게 전부다. 이미 2014년 국토부에서 발표한 '건축물에 사용하는 모든 샌드위치패널은 난연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시험성능 기준을 강화할 경우 관련업계(샌드위치, 우레탄폼패널)가 대부분 고사(枯死)할 위기에 처한다”면서 “추후 장기적인 계획으로 기준을 개선,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술력 개발없는 패널업계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정부도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오랜 기간 관련업계에 관리·감독과 패널개발 기술을 향상시키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음에도 또 다시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하에 물러선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국민의 생명'을 '직무유기'와 맞바꾼것이다.

화재안전 사고들은 분명 국민 모두에겐 큰 아픔이다. 지금까지 일을 교훈으로 삼아 제도 개선과 안전문화 정착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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