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부동산 정책, '공시가격 현실화' 부작용 우려
갈 길 잃은 부동산 정책, '공시가격 현실화' 부작용 우려
  • 건설타임즈
  • 승인 2020.03.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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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예정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14.01%)보다 0.74%포인트(p) 오른 14.75%를 기록했다. 강남구가 25.5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초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 영등포구(16.81%) 등 순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6% 가까이 오르면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12·16대책 등과 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가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1가구 기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이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나 재산세ㆍ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나타날 여러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표준단독주택이나 표준지 등 다른 부동산과의 격차가 커 형평성에 어긋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조세‧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데, 부동산 유형마다 현실화율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형별 공시가격을 살펴보면 공동주택 69.0%, 표준단독주택 53.6%, 표준지 65.5% 등으로 제각각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올 10월 중 공시가격 로드맵을 통한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인상’이 주택가격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보유세가 무서워 집을 팔고 싶어도 지금은 실수요자 찾기가 어렵다. 실수요자도 정부의 각종 규제로 집 장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시장침체가 장기화된다면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지겠지만 실제 거래규모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할 목적으로 오는 6월 말까지 주택을 매도하려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래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정부가 부동산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도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 거래절벽이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쥐를 몰아도 도망갈 구멍을 주라’는 속담이 있다. ‘공시 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선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에 늘어난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이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남 대 非강남’으로 부동산 프레임을 짜맞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 전문가, 국민들이 함께하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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