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등 공공기관 설계가격 인위적 삭감 개선해야"
"조달청 등 공공기관 설계가격 인위적 삭감 개선해야"
  • 이헌규 기자
  • 승인 2019.10.2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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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개선 시급
예정가격이 아닌 낙찰가격이 발주자 예산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

건산연 최민수 선임연구위원 "국가계약법 규정 개선 필요"

(건설타임즈) 이헌규 기자= 조달청 등 공공 발주기관에서 운용중인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가 예예정가격의 인위적인 삭감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개선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설계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원가산정 기준을 위반했거나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공사에서는 실시설계 완료 후 설계용역업체가 원가계산을 통해 '설계가격'을 산출하는데, 공공 발주기관에서는 이렇게 산출된 설계가격을 입찰 단계에서 일부 감액한 후 예정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현행 기획재정부 '총사업비관리지침 제22조'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실시설계에 대해 총사업비 변경 협의 이전에 조달청장에게 '단가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후 조달청은 당청에서 체결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단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조달청에서 실시하는 실시설계의 단가 적정성 검토 과정시 조달청에서 대량 구매하는 자재가격이나 시장 시공가격을 적용해 공사비를 감액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요기관에서 품셈 단가나 견적 단가를 적용했을 경우, 이를 계약 단가인 표준시장 단가 등으로 수정해 설계가격을 삭감하고 있다.

건산연 최민수 선임연구위원은 "조달청 등 공공 발주기관에서 운영하는 실시설계의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합리적으로 운영할 경우 공사원가의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공사비 삭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은 올해 상반기 실시설계 단가 적정성 검토를 통해 1188억원의 사업비를 조정(증액 404억원, 감액 784억원)함으로써, 38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선임연구원은 "설계가격을 2% 감액해 기초금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2%를 적용해 복수 예비가격을 작성할 경우 예정가격은 설계가격보다 최대 4% 낮게 결정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불가피하게 인위적인 낙찰률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내 제도는 해외 선진 사례와는 매우 상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설계금액의 인위적인 삭감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6월 '공공공사의 품질 확보의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예정가격 설정 단계에서 적정한 적산 및 시장가격 등에 기초해 산출된 설계금액 중 일부를 인위적으로 공제하는 행위를 위법(違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조달청(GSA)의 경우 원가계산은 설계·컨설턴트에 일임하고 있다. 다만 최종 적산액이 발주자의 예산액을 초과하는 경우, 설계·컨설턴트는 예산 내에서 입찰할 수 있도록 코스트 절감안 또는 대체 입찰안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정부에서 정한 원가계산 기준에 의거해 설계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다면, 이를 그대로 예정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조달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설계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단가적정성 검토제도를 존치한다면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시장가격과 비교해 큰 괴리가 있거나 혹은 원가산정 과정의 명백한 오류나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가격을 수정할 수 있는 범위로는 ▲국가계약법령에서 정한 원가산정 기준을 위반했거나 법적 요율을 잘못 적용한 경우 ▲일부 공종이 누락된 경우 ▲계산 착오나 중복 계산된 항목 등으로 국한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또 발주기관별로 사업비 검토 결과를 토대로 증감 사유와 증감 내역을 공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도 제시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예정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 규정을 시급히 개선해 기술형 입찰을 제외하고는 예정가격이 아니라 낙찰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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