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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길에 말뚝 박고 걷는길 둔갑, 안전사고는 이용자 몫
심익섭 / 녹색연합 대표
2016년 10월 17일 (월) 온라인뉴스팀 connews@daum.net
(건설타임즈) 온라인뉴스팀

정부는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DMZ와 동해안, 남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해 총 4500km의 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면서, ‘2018년까지 완성’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2019년부터 ‘임시개통’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리산둘레길’과 ‘제주올레길’은 도보여행길 중에서도 이용자가 가장 많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지리산길은 300km를 조성하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2004년 기본계획부터 준비단계까지 합하면 무려 7년이 걸린 셈이다. 또한, 그 길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매년 수억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곳곳에 방문자안내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제주올레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는 걷는길 열풍을 타고 정부 주도의 길을 조성했다. 공모를 진행해 국비와 지방비를 (5:5)로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조성 이후에 어떻게, 누가 길을 관리할지는 팽개쳐두고 조성하기에만 급했다. 그 결과 단 2008년~2012년 단 몇년 사이에 전국에 건설된 길은 약 400개소에 달했다. 과도한 데크길로 고작 1km를 조성하는데 10억이 들어간 곳도 허다했다. 보행자 길이 아예 없는 국도 옆 갓길에 말뚝을 박아 도보길로 분리하기도 했다.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을 조성한 것이다. 이용자가 없는 길, 관리자가 없는 길은 잡초가 무성해 걸을 수 없거나 아예 길이 유실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걷는길 조성의 생색은 정부가 내고, 조성 이후 관리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는 지자체가 이용자도 없는 길 관리를 위해 사람과 인력을 투자할리 없을뿐더러, 걷는 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어, 민원이 발생하면 해결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전국에는 이미 1만7천km가 넘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에 버려진 길이 허다하다. 국민 혈세가 고스란히 버려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앉아서 지도에 줄을 긋는 방식으로 길을 구상해서는 안된다. 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 필요하다. 지자체에서는 제초작업, 도로와 이정표 보수 등 담당 부서가 달라 모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전담관리자 없기 때문에 길이 어떤 상태인지 조차 알 수 없다.

물리적 공간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필요하다. 길이 처음 만들어지고 난후, 반짝 이용자가 있을 뿐, 고작 1년도 못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런 길은 흉물로 방치되고 또다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올레길 등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관리를 통한 쾌적한 환경 조성과 컨텐츠 개발이다. 이를 위해서 관리만을 전담하는 민간조직이 만들어졌다. 매년 다양한 행사를 기획홍보하고, 전담 관리자가 직접 길을 걸으며 더 나은 길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여기에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이 관리예산과 명확한 전담관리자다. 관리예산과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길은 애초부터 만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법을 정비하고 전국에 애물단지가 돼 방치된 길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 놓아야 한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정말로 민간 주도형으로, 사람들이 걷는길, 지역을 살리는 길을 만들 거라면, ‘언제까지’라는 기한을 둘 이유가 없다. 조금씩 운영해 나가면서, 이용자들의 민원을 듣고, 해소하며 연결해 나가도 늦지 않는다. 2018년까지 4500km를 동시 다발로 이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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